내면에 있는 여러 명의 나를 마주하면, 본연의 정체성이 흔들리는 경우는 없나? 고민에 빠지는 순간이 생길 것 같다.
그게 정말로 최근 나한테 '빅이슈'였다. '나는 누구인가?' 하는 물음. 누군가의 시야로 나는 배우 지창욱이고, 누군가에게는 <웃어라 동해야>의 동해다. 그리고 또 다른 어떤 작품의 누구... 여전히 진짜 나를 모르는 사람이 많다. '그들에게 내가 어떻게 비춰질까?' 그걸 많이 생각했다.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봐도 쉽지 않더라.
'나는 누구인가' 고대 철학자도 풀지 못했던 숙제다.
어렵지만 좋았다. 이렇게까지 나에 대해서 생각을 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어떻게 살아야 하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나답게 살자.' 나는 나일뿐이니까 나답게 살고 싶다. 누군가의 시선 때문에 바뀌지 않았으면 좋겠다. 전혀 휘둘리지 않을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휘둘리기도, 변질되기도 하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 안에는 어떤 무게중심이 있었으면 좋겠다. 그렇게 마음을 잡으니, 조금은 덜 흔들리게 된 것 같다.
'좋은 배우'란 뭔가?
어릴 적 그런 걸로 싸웠다. '좋은 배우는 좋은 사람인가?' 아니면 그저 '테크니컬적으로 연기를 잘하는 사람인가?' 애들과 술 먹고 밤새 싸웠지만, 답을 못 찾았다.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다. 한 작품 한 작품 하다 보면, 언젠가 연기 철학 같은 게 조금씩 생겨나지 않을까? 그런 것을 지키고, 바꿔가면서 언젠가 '누군가'는 되어 있지 않을까 싶다.
많은 팬들에게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저분들이 왜 좋아해 줄까?' 좋아해 주는 모습을 보면 아직 어색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하다. 팬들에게 너무 가까워지자니 배우로서 흔들릴 것 같고, 멀어지자니 그것 또한 배우로서 흔들릴 것 같았다. 적정한 선을 지키고, 유지하는 게 쉽지 않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좋은 작품으로 다가가자'라는 것.
지금의 인터뷰처럼, 솔직하게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보여주면 더 좋아하지 않을까?
그대로의 나를 보여준다는 게 어렵다. 들키는 기분이다. 너무 잘 알면, 배우로서 뭔가 보여줬을 때, 어색할 것 같다. 그래도 팬 미팅은 뭔가 확실히 다르다. 고민도 했지만, 팬 미팅에서는 그냥 신경 안 쓰고 보여주기로 했다. 어느 순간부터 계속 보여주고 있는데, 팬들은 그런 모습에 너무 즐거워한다. 뭘 해도 좋아해 주시니깐 팬 미팅이 더 긴장되고, 부담되고, 그래서 더 편하기도 하다. 그래서 또다시 부담되고...(무한 반복)
지금 차고 있는 실팔찌가 좋은 예 아닌가? 팬 미팅 당시 팬들에게 선물했던 거다. 팬들은 지금 그 포장을 뜯어서 착용해야 하나, 아니면 그대로 보관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팬들에게 어떤 선물을 주면 좋을까 고민하다가, 일종의 소속감이라고 해야 하나? 팬과 아티스트의 연결 지점이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직원분들과 오랜 회의 끝에 결국 이 팔찌로 결정했다. 실팔찌를 평소 좋아하기도 하고, 부담도 없다. 팬들과 같이 차고 있으면 기분이 좋을 것 같았다.
그래서 말해달라. 포장을 뜯어서 착용하는 게 낫다는 말인가?
더 고민하고, 더 흔들렸으면 좋겠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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